'죽의 장막' 연 美 탈냉전 설계자…100세 키신저 별세

입력 2023-11-30 18:26   수정 2023-12-01 00:3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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미·중 수교와 미·소 데탕트(긴장 완화) 노선을 추진해 탈냉전의 초석을 놓은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9일(현지시간) 세상을 떴다. 향년 100세.

키신저 전 장관의 외교 컨설팅사인 키신저어소시에이츠는 이날 키신저 전 장관이 미국 코네티컷주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발표했다. 유대인 출신인 키신저 전 장관은 1923년 독일에서 태어났다. 나치의 박해를 피해 1938년 영국 런던을 거쳐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. 194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뒤 미 육군에 입대해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. 전역 후 1950년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석·박사 학위를 받았다.

키신저 전 장관은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1969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됐다. 제럴드 포드 대통령 재임(1974~1977년) 시절엔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무장관을 겸임했다.

그는 베트남전으로 인해 미국 내 반전 여론이 확산하자 옛 소련과 갈등을 풀며 돌파구를 모색했다. 1969년 옛 소련과의 핵무기 제한 협상을 시작해 1972년 전략무기제한 협정을 타결했다.

키신저 전 장관은 ‘핑퐁 외교’로 미·중 수교에도 기여했다. 1971년 일본 나고야 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계기로 중국 측과 접촉한 뒤 그해 4월 미국 탁구 대표팀의 중국 방문 경기를 성사시켜 양국 수교의 발판을 닦았다. 중국의 고립정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‘죽(竹)의 장막’을 걷어낸 공로 등을 인정받아 197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.

키신저 전 장관은 한반도 문제에도 관여했다. 그는 1975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독자 핵무기 개발 추진을 강력하게 반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. 대신 같은 해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. 한국을 자주 찾아 노태우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6명의 한국 대통령을 만났다.

키신저 전 장관은 1977년 국무장관을 그만둔 뒤 많은 저서를 남겼다. <세계질서(World Order)> <중국 이야기(On China)> <디플로머시(Diplomacy)> 등 10여 권의 책을 썼다. 100세가 된 올해도 집필 작업을 이어갔다. 그의 아들 데이비드 키신저는 미국 워싱턴포스트(WP) 기고문에서 아버지의 장수 비결로 “꺼지지 않는 호기심과 역동적으로 소통하는 것”을 꼽았다.

그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12명 미국 대통령의 조언자 역할을 했다.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후보 시절 이미지 쇄신을 위해 키신저를 찾았다.

키신저 전 장관은 인권단체로부터 ‘전범’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. 1973년 당시 노벨평화상 심사위원 두 명은 베트남전 휴전 협상 중 하노이에 폭격을 명령한 키신저 전 장관을 수상자로 선정하는 것에 반대했다. 장관 재직 시 여배우들과 숱한 염문설로 곤경에 처하자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“권력은 최고의 최음제”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. 뉴욕타임스(NYT)는 “키신저 전 장관은 전후 가장 강력한 국무장관으로서 추앙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”고 전했다.

아산정책연구원은 30일 키신저 전 장관 별세를 애도하는 추모사를 발표했다. 연구원은 “키신저 전 장관은 한국인의 평생 친구였다”며 “우리는 그분의 현명한 조언을 항상 기억할 것”이라고 했다. 이어 “한국전쟁 발발 과정을 분석한 키신저 전 장관의 보고서는 공산주의 세력에 대응하는 데 기초가 됐다”며 “키신저 전 장관의 열정과 통찰력을 후학들이 본받아야 한다”고 덧붙였다.

워싱턴=정인설 특파원 surisuri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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